드라마 김부장’과 ‘가족관계증명서’로 보는 한국 드라마의 AI 영상 도입 현황

한국 드라마와 광고 제작에 생성형 AI 영상이 쓰이기 시작했다. 제작비와 시간을 줄이는 도구로 주목받는 한편, 완성도 논란과 창작자 권리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방영된 두 드라마가 그 두 측면을 보여준다.

 

SBS 드라마 ‘김부장’의 3분 AI 시퀀스

 

‘김부장’ 속 AI로 제작된 장면 · 이미지: 모피어스 스튜디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 1·2회에는 주인공 김부장(소지섭)의 과거 회상 장면이 3분가량 나온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건물 폭파, 눈길과 터널에서의 차량 추격전, 차량 전복, 강물 추락과 수중 장면 등으로 구성된 시퀀스로, 촬영 없이 100% 생성형 AI로 제작됐다. ‘김부장’은 극본 남대중, 연출 이승영·이소은이 맡았고 스튜디오S·판타지오가 제작했다.

 

초 단위의 짧은 VFX 컷이 아니라 3분 분량의 시퀀스 전체를 AI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내 드라마 최초 사례로 꼽힌다. 드라마는 방영 뒤 시청률이 4회 21.6%에서 8회 23.1%(닐슨코리아)로 올랐고,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김부장’ AI 시퀀스 영상 · 영상: 에이크론(AICRON)

 

AI 시퀀스 제작은 한국 영화·드라마 VFX 전문가들이 설립한 모피어스 스튜디오가 맡았고, 자체 플랫폼 ‘에이크론(AICRON)’으로 기획부터 이미지 생성, 영상 제작·편집까지 처리했다. 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는 “몇 초짜리 VFX 컷을 AI로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토리에 필요한 시퀀스 전체를 AI로 작업했다는 게 이번의 핵심”이라며 제작 초기부터 AI 활용 목표가 분명했다고 밝혔다.

 

에이크론은 어떤 플랫폼인가

 

‘김부장’ 시퀀스 제작에 쓰인 에이크론의 노드 기반 워크플로 · 이미지: 모피어스 스튜디오

 

에이크론은 모피어스 스튜디오가 만든 AI 콘텐츠 제작 플랫폼으로, 2026년 2월 정식 출시됐다. 주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시드림·나노바나나·베오·클링 등 200개가 넘는 생성형 AI 모델을 계정 하나로 통합해, 모델별로 따로 구독할 필요가 없다. 둘째, 모든 작업 단위를 노드(Node)로 구성해 텍스트 입력부터 영상 완성까지 한 캔버스에서 처리하고 단계별 수정이 가능하다. ComfyUI나 Weavy가 쓰는 방식으로, 국내 플랫폼 중에서는 처음 도입됐다. 셋째, AI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영상 편집 기능을 탑재했다.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수준의 이미지·영상 제작에 특화된 점을 내세운다.

 

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의 완성도 논란

 

지상파 최초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MBC 일일드라마 ‘가족관계증명서'(2026년 7월 6일 첫 방송, 120부작)는 완성도 논란이 일었다. 주인공 나지니의 어린 시절 학교폭력·폭력 장면에 AI를 적용했는데, 아역 배우를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렌더링 과정에서 사물의 형태가 부자연스럽게 변하거나, AI로 만든 그래픽의 한글이 깨지고, 티저 영상에서 노른자만 있던 계란에 흰자가 생기는 등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 C&I는 ‘AIXR콘텐츠팀’을 신설해 AI 드라마 제작을 이어갈 방침이다.

 

디에이징부터 AI 배우까지

 

한국 콘텐츠 업계의 AI 활용은 이미 여러 갈래로 퍼져 있다. 디즈니+ ‘카지노’는 AI 디에이징으로 배우 최민식의 젊은 시절을 구현했고,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은 손석구의 어린 시절을 AI로 재현했다. MBC 예능 ‘심야괴담회’는 재연에 AI를 활용했고, ‘PD가 사라졌다’에서는 AI PD ‘엠파고’가 연출을 맡았다.

 

해외에서는 AI 스튜디오 파티클6가 실제 배우 없이 자체 개발한 AI 배우 ‘틸리 노우드’를 주연으로 한 장편 코미디 영화를 제작 중이고, 중국에서는 일부 숏폼 드라마를 풀 AI로 제작하고 있다.

 

 

 

저작권·고지 의무·일자리

 

AI 영상이 확산되면서 과제도 드러나고 있다. 첫째는 저작권과 학습 데이터 문제다. 생성형 AI 모델이 배우·창작자의 기존 작업물을 동의나 보상 없이 학습한다는 지적이 있고,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정리되지 않았다. 둘째는 초상권·실연권이다. 배우의 얼굴·목소리·연기를 AI가 재현할 때 그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의 문제다. 셋째는 고지 의무로, ‘김부장’은 AI 활용 사실을 화면에 고지했는데 이를 두고 ‘제대로 알리는 것’과 ‘시청자 몰입을 해치지 않는 것’ 사이의 균형이 쟁점이 됐다. 넷째는 일자리 문제다. AI가 배우·성우의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창작자의 생존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배우조합(SAG-AFTRA)은 AI 배우가 ‘도둑맞은 연기로 배우를 일자리에서 밀어내고 인간의 예술성을 평가절하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의의 및 전망

 

‘김부장’과 ‘가족관계증명서’는 AI 영상 활용의 두 측면을 함께 보여준다. AI를 쓰느냐 마느냐보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완성도를 확보하느냐가 결과를 갈랐다. 방송·광고·OTT에서 AI 제작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VFX 전문성과 AI 제작 방식을 함께 갖춘 제작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2026년 8월 기준 | 출처: 국민일보 · 문화일보 · 한국경제 · 데일리안 · 미디어스 · 아주경제 · 인공지능신문 · Variety